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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새로운 티스토리 에디터가 나왔음 좋겠다. 사진 업로드 하려면 플래시, 임시저장 불러오려면 플래시...

몬트리올 노트르담(Notre-Dame Basilica of Montreal)의 정면. 가보면 어라 생각보다 작은데? 할 수 있다. 건물에 둘러싸여 탁 트여있지도 않고 실제 건물 규모도 막 거대하진 않은 편인데...

안에 들어가면 그딴거 없다. 어제 갔던 성 요셉의 예배당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세상의 끝에서 마주한 최후의 보루 느낌이었다. 몬트리올 노트르담의 실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하니 반드시 가 볼 것.세상에 내가 왜 여기서 JPG로 찍었을까.

이런 실내에서 저녁에는 AURA 라는 유료 라이팅 쇼가 펼쳐진다고 한다. 그저 못 봐서 아쉬울 뿐. 

일요일 오전 11시 미사에선 성가대도 볼 수 있다 하여 일부러 시간 맞춰 갔다. 성가대의 합창 실력도 대단하지만, 압권은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 오르간으로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연주하는데. 이것이 성가대 소프라노의 높은 피치 목소리와 뒤섞여 날 소름돋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지만, '세상이 끝나면 구원이란 것이 정말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장엄하고 신비로웠다. 

투어 예약하면 60분동안 진행되는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하는데, 성가대 때문에 미사 시간에 왔더니 미사 끝나고 금새 닫아버리더라. 볼거리가 많았는데 참 아쉬웠다. 

빠 빨간 표지! 궁금해 허니! 바닥은 돌바닥. 

몬트리올 노트르담 앞에 있는 다름 광장(Place d'Armes). 한국과 달리 사유지에서 발코니를 중요시 했다면, 사회 시설에선 공원과 잔디를 굉장히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다. 일단 수가 많고, 날 좋으면 뛰쳐나와 있는 모습이니..
하여간 다름 광장에는 몬트리올 통치를 시작한 메소뇌브(Maisonneuve)의 조각상이 있고, 뒤편엔 BMO 건물이 존재한다. BMO 박물관도 가보려 했는데 마지막 날에 기념품 가게 뒤지다가 못 갔네. 

DHC/Art 갤러리에서 Jasmina Cibic 영화 감독의 Everything That You Desire and Nothing That You Fear 프로젝트를 보았다. 2017년, 몬트리올에서 열렸던 Expo 67의 50주년을 축하하며 시작된 프로젝트는 당시 엑스포에서 각국들이 자기 나라의 어떤 것을 보여줄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여성 넷(각각 Nation Builder, Pragmatist, Conservationist, Artist/Architect)이 나와 뭘 보여줄지 열띤 토론을 하는 영상이 스크린에 투영된다. 사진의 건축물은 프로젝트의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성형한 것인데, 관람객으로서 느끼기에 프로젝트의 주제를 굉장히 노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같았다. 

여타 미술관과 같이 층을 올라가며 작품을 관람하는데, 밖에 펼쳐진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찍어보았다. 건물은 유럽 마냥 벽돌인데 차는 F-150 뿌아아아앙 하고 있고. 

감독인 Jasmina Cibic은 유고슬라비아 사람이다. 그녀는 뒤에 보이는 영상을 통해 건축가 Vjenceslav Richter가 Expo 58을 위해 만든 유고슬라비아의 파빌리온을 재해석했다. Vjenceslav Richter는 건축물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Cibic 역시 Hard Power(경제력, 군사력)보단 Soft Power(문화 등 무형의 영향력)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영상 속에서 바이올리니스트 Dejana Sekulić가 Cibic의 작품을 조율하고 난 뒤 작곡가 Béla Bartók의 발레 곡을 연주한다. Expo 이전까지 유고슬라비아는 발레가 매춘과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 발레를 금지하다가, 이를 허용하고 Expo 파빌리온에서 Béla Bartók의 곡을 선보이는 파격 행보를 통해 대중의 시선을 끈다. 
즉 Cibic은 Expo라는 연결 고리 속에서 두 인물을 찾아내었고, 그들의 사상과 작품 속에 얽힌 시대적 배경을 통해 Soft Power의 힘을 말하고 있다. 

WE ARE DESTINED FOR THE ROLE OF LEADERS
TODAY WILL LOOK HEROIC
WE WILL RENEW OUR NATION
THE TERRITORY OF OUR STATE WILL EXPAND
NATIONAL PROGRESS WILL BE MADE
OUR COUNTRY WILL AWAKE TO LIFE AND FREEDOM
위 슬로건들은 정치 연설에서 사용됐던 문구들이다. 

전시회를 보면서 이런 유형의 설치 작품도 멋있었지만 압권은 Cibic의 이전 프로젝트인 영상들이다. 영상 내내 안무가들이 나와 문자, 소리 하나 없이 몸짓과 표정만으로 감정과 상황을 설명하는데, 안무를 생전 본 적이 없는 나도 메시지를 대략 알아들을 수 있어서 놀라웠다. 예술계에 있던 질투와 시기를 표현해낸 Marvellous Cacophony를 보고 안무의 힘을 생생히 느꼈다. 예술 보고 소름 돋은 적이 손에 꼽는데, 그 중에 하나였다. 

다음 장소인 MMFA(Montreal Museum of Fine Arts)로 이동했다. 

NGC(National Gallery of Canada, Ottawa)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현대 미술을 보며 끙끙대는 걸 좋아했는데 여기서도 이러고 있다. 딱 보고 든 생각이 Flood Light에 있는 LED 소자 아닌가...

층 이동하면서 밖을 바라보니 바로 옆에 콩코디아 대학교. 밤에 와보니 이쪽이 제일 붐비는 것 같아

어느 박물관을 가든 기독교에 대한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조명 때문에 생긴 그림자를 보고 잘 찍어보면 굉장히 근엄하고 신비로운 사진이 나오겠다 싶었는데 찍어보니 그냥 산만하다. 

마찬가지로 망했다. 톤을 차분히 정리해줘야 하나? 

천체투영관 가려고 빨리빨리 보느라 각 작품에 대한 소개나 작품명 이런게 남아있질 않다. 구글에 이미지 검색을 하니 콜렉터 Jack Lazare이 모은 작품 중에 하나이고, 몬트리올의 작가인 Nicolas Baier의 작품이라 한다. 유리에 비친 맞은 편 작품이 보이는게 거슬리는데, 하여간 양팔 너비보다 큰 캔버스에서 공허함과 무기력함, 쓸쓸함이 엄청나게 묻어 나온다. 방 한 켠에 이걸 걸어두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들 때마다 쳐다보면 4시간이고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능하다면 이것도 사고 싶다. 순수하게 색이 뿜어내는 힘이 느껴진다. 한국 돌아가면 이렇게 뻥 뚫린 대지를 보기도 힘들텐데. 

보고 떠오른 생각은 'Lytro 카메라 같은 걸로 Selective Focusing 한 것 같네'. 작품 속 대상이 흙바닥이 아니였다면 '이거 왜 드문드문 문대였지?' 라고 할텐데, 무형에 가깝도록 쉽게 무너지는 흙의 특성상 전체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덕분에 이 작품을 볼 때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정도면 기대보다 더 많은 영감을 얻은 것 같다 해서 나가려는데 유리로 된 태양계 행성들 앞에 선 직원 분이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계셨다. 뭔가 싶어 설명 좀 부탁드렸는데, 현재 몬트리올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 Jana Sterbak 작품인 Planetarium이라고 했다. 작가 이름은 모를 수 있어도 그녀의 작품인 Meat Dress는 아마 알 것이라 하며, 뜨겁게 달궈서 흘러 내리는 유리를 불어 구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든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수성부터 해왕성까지 나열된 유리 재질 구에 숨겨진 의미보다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헌신을 말해주고 싶으셨나보다. 


몬트리올 지하철 입구 표지판이 미친듯이 세련되고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얘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 로고를 새겨 놓은 머그잔을 팔고 있었다. 살까 하다가 지갑을 코트에 넣은 채로 코트 체크에 맡겨 놓아서 사질 못했는데 이게 천추의 한이 될 줄이야. 다른 기념품 가게에서도 팔지 않을까 했는데 오직 MMFA랑 STM 기념품 샵에서만 판다. 마지막 날 이거 사러 MMFA를 다시 갔어야만 했는데, 시간 때문에 결국 가질 못했다. 

?

올림픽 홀, 천체투영관, 바이오돔이 한 군데 모여 있는데 바이오돔은 공사 중이라 못 갔고 천체투영관만 갔다. Rio Tinto Alcan Planetarium이길래 라틴어인가 했는데 Rio Tinto라는 철강 회사의 알루미늄 디비젼이라 Rio Tinto + Alcan 이더라. Planetarium만 보고 오오 우주 관련된 곳인가 했는데 그냥 천체투영관이라 엄청 실망했다. 연령대도 거진 다 애기들. 다만 얻은 것은 여기도 달토끼 마냥 달에 뭔가 있다고 믿는 구전 동화가 있더라. 아픈 부인이 별세하고, 이를 따라 남편이 달로 떠나 버렸다는 이야기를 해주던데. 

알스톰에 묻고 싶다. 지하철을 왜 개방형으로 만들어서 달리면 바람이 흐르는 게 느껴지는지. STM에게 묻고 싶다. 천장에 낀 먼지는 왜 청소 안하는지. 

스위스 출신 아주머니께서 대관절 얘네들은 음식을 왜 대충 칼로리 폭탄 때려 넣어 만드느냐고 푸념하시며, 그 때 예로 말씀하셨던 푸틴. 몬트리올 푸틴은 뭔가 다른가 했는데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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