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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dead!

잘 사용하던 노트북이 죽었다. ASUS U36SD 모델. 인텔 2세대 CPU를 장착한 오래된 연식이었지만, TDP 35W짜리 CPU를 장착해 성능에 불만이 없었고 8셀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1.6kg의 무게를 보여주어 사용 시간과 휴대성에서도 아주 만족했다. 그런데 연산 작업을 밤새도록 돌리고 나니, 이튿날 노트북이 켜지지 않았다. 어댑터와 배터리 상태는 마지막 순간에도 양호했기에 전기적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시간 작업으로 인한 열 누적으로 냉납 현상이 일어난 것은 아닌가 하여 A/S 센터에 입고시켰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상 수리비용 60만원.’ 최후의 수단으로 메인보드를 오븐에 구워 보았지만 결국 노트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떠난 뒤였다.

당시 심정은 한마디로 “망했네?.” 정말이지 그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말은 생각나질 않는다. 당장 오늘 내일의 과제를 처리하고, 오후에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해야 했는데! 일단 급한대로 집에서 가족이 사용하던 노트북을 빌려와 SSD만 교체해서 데이터를 살렸다. 수중에 노트북을 살 만한 여윳돈은 없었기에, 비행기 표를 사려고 모으던 적금을 깨야 했다. 


당시 정인이는 이를 보고 "Your laptop is on fire" 라며 이 노래를 틀어주었다. 진정한 친구가 아닐 수가 없다. 껄껄


예산 백만원 안팎에서 차기 노트북 후보 조건을 정리해보았다.

  1. 배터리 포함 무게 1.6kg 이하
  2. 액정 해상도 최소 1600 x 900, 반드시 논글레어, 튼튼한 힌지 및 상판 구조로 사용 시 디스플레이가 흔들거리지 않을 것
  3. 트랙 포인트가 있을 것
  4. RJ-45 포트가 있을 것 
  5. 메모리 듀얼 채널이 가능할 것 

이전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액정은 해상도도 중요하지만, 패널 특성 역시 고려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특히 데스크탑과 달리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다양한 광원 하에서 작업하는 노트북의 특성을 고려하면 빛 반사는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 상판 흔들림 역시 이전 노트북이 일깨워준 요소.


3번 항목인 트랙 포인트는 사용해보면 그 유용성을 알 수 있다. 마우스 없이 조작할 때 터치패드는 물리적 영역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커서를 길게 이동할 때 불편함이 존재한다. 특히 2번 항목과 맞물려서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터치패드의 단점은 부각된다. 헌데 시장에 존재하는 노트북 중 트랙 포인트가 탑재된 모델은 HP, 델, 레노버의 비즈니스 라인업에만 존재한다. 개중 HP의 엘리트북 라인업은 무게가 1번 항목을 만족하지 못한다. 델의 래티튜드 라인업은 1번 항목을, XPS 라인업은 2번 항목을 만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남는 것은 레노버의 씽크패드 라인업. 씽크패드 라인업은 4k 액정을 고르지 않는다면 대게 논글레어 액정이다. 


프로젝트 진행 시 라즈베리파이와 같은 다른 컴퓨터와 연결할 일이 매우 잦았다. 이더넷 연결 시 별도의 젠더가 필요하다면, 결국 신경 써야 할 액세서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5번 항목이 추가되었다.  


구매 당시 한국 레노버에선 6세대 제품을 판매 중이었으며, 7세대 제품이 출시되기 약 3주 전이었다. 그러나 인텔 7세대 라인업에 별 기대가 없었거니와, 출시까지 기다릴 시간 여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6세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X1 

 항목 4 미달, 예산 초과 

 X260

 12.5" 크기에 FHD 해상도로 픽셀 피치가 작아서 탈락

 T460

 항목 1 미달

 T460p

 항목 1 미달

 T460s

 만족

 E460

 항목 1 미달

 TP13 Gen1

 항목 4 미달 


모든 걸 만족하는 후보는 T460s. 무게와 RJ-45 포트 유무를 타협한다면 선택지가 굉장히 늘어나지만, 무게는 곧 휴대성이요 휴대성은 곧 활용도라는 생각에 무게에선 타협할 수 없었다. RJ-45를 타협하면 저렴한 가격의 TP13이 살아남지만, 하판 분해의 난해함을 설명한 글상판이 낭창거린다는 글을 본 뒤 탈락시켰다.



결정 장애에게도 쉬운 CTO

외제 노트북 구매 시 묘미는 아무래도 CTO 구성일 것이다. 프로세서부터 보증 정책까지 고를 게 다양하지만, 모두 기술적인 내용이기에 키보드 빼곤 결정이 쉬웠다. 

프로세서는 가격 때문에 i5 모델을 골랐다. 메모리는 총 8GB면 적당하겠다 싶어서 주문 시 4GB만 넣었다. 중고로 4GB 메모리를 구매해서 추가할 심산이었다. 스토리지는 오직 M.2 2280 규격 내에서 선택 가능한데, 이 중에서 PCI-e 방식과 SATA 방식 SSD로 나뉜다. 검색해보니 SATA 방식으로 주문을 해도, 추후 PCI-e 방식 SSD로 업그레이드 했을 때 인식과 호환 문제가 없다고 하여 저렴한 SATA 방식으로 진행했다. 지문 인식기는 9000원 밖에 안 하길래 고민 없이 옵션 추가하였으나, 키보드 백라이트에서 가장 큰 고민을 했다. 키보드가 안 보일만큼 어두운 환경에서는 아예 작업을 안하기에 백라이트 옵션이 굳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백라이트와 논-백라이트 키보드는 단순히 LED 유무의 차이가 아니다. 백라이트 키보드는 빛을 투과해야 하기 때문에 키캡이 ABS 재질로 만들어진다. 소재 차이 때문에 백라이트 키보드가 더 바삭하고 쫀득한 키감을 준다고 호평하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백라이트 옵션을 추가했다. 이게 무려 33,000원이다.  

구매 가격을 낮추고자 쿠폰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대학생이라면 레노버 아카데미를, 씽크패드 커뮤니티 쿠폰을 사용하면 된다. 처음에 그냥 주문을 했다가, 아카데미 혜택을 확인하고 취소 후 다시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레노버의 상담과 일처리는 신속하고 친절했다.



기술 사양 
아래는 주문 내역서에 적힌 내용이다. 
Processor
Intel Core i5-6200U Processor (3MB Cache, up to 2.8GHz)
Operating System
Windows 10 Home 64bit
Display
14.0” FHD IPS Non-Touch, non-glossy
Memory
4GB DDR4-2133 on-board, 1 of 1 slot free, up to 20GB, Support Dual-Channel
Graphics
Intel HD Graphics 520
Camera
720p HD camera with Mic
Keyboard
Keyboard with Backlight
Pointing Device
UltraNav (지문 판독기 포함)
Security Chip
Software TPM
Storage
128GB SATA SSD
Front Battery
3cell Li-ion 23.5Wh
Rear Battery
3cell Li-ion 26.0Wh
Power Supply
45W AC
Ethernet
Intel Ethernet Connection I219-V 1000Mbps
WLAN
Intel Dual Band Wireless-AC 8260 (802.11ac)
Bluetooth
Intel Dual Band Wireless-AC 8260 (Bluetooth 4.2)
WWLAN
None but upgradable
Card Reader
4-in-1 Smart Card Reader (MMC, SD, SDHC, SDXC)
Weight
1.36kg, Power Supply 297g
Ports
1 x HDMI, 1 x mini DP
1 x Kensington Lock
1 x Docking Station Port
3 x USB 3.0 (one always on)
1 x RJ-45
1 x Headset Port (3.5mm Stereo)



외관 

이전에 사용하던 제품은노트북을 펼칠 때마다 글레어 액정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이 비치는 것만해도 짜증나는데, 형광등까지 비치면 화면 보기 정말 싫어진다. ThinkPad T460s는 깨끗한 매트 액정이라 빛 반사, 화면 비침이 극도로 억제되어 있다. 굉장히 만족스럽다.  

또한 상판을 잡아주는 힌지는 기존 ThinkPad의 혈통을 이어받아 튼튼한 구조를 자랑한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힌지는 사진과 같은 구조로 상판과 닿는 면을 최대화했다. 덕분에 타이핑 시 상판을 단단히 잡아주어, 액정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액정 품질은 별로이다. 알고 구매했지만 생각보다 심해서 놀랐는데, 우선 액정 밝기부터 레노버는 최대 밝기 250니트라고 소개했지만, 리뷰에서 실측은 해당 수치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사용하다 보면 색이 뒤틀린 느낌을 받는다. 밝기를 낮추면 액정에 Cyan끼가 덮인다. 실내에서 최대 밝기로 두고 텍스트 작업 하기에 최적화 된 물건인 듯 하다. 실제로 그러려고 샀기에 낮은 색 재현율과 스펙에 못 미치는 최대 밝기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옆 테이블에서 사용자 얼굴에 빔 프로젝터를 쏴 재끼는 LG 그램의 강력한 밝기를 보고 있으면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트랙 포인트 하나 때문에 후보 브랜드가 HP, 델, 레노버 3사만 남았다. 그만큼 입력 장치는 내게 중요한 요소이다. 씽크패드에게도 역시 입력 장치가 제품 특징 중 7할 정도는 차지할 것이다. 이에 대해 비중있게 다뤄본다. 

골수 TP 매니아들은 아직도 7열 구조를 그리워 한다. 레노버도 이를 아는지 25주년 기념 모델에선 7열 키보드를 복각해서 내놓았다. 과연 6열이 쓰레기 소릴 들을 정도로 별로일까? 7열 구조의 키보드 55Y9025를 키보드로 사용하다가 T460s를 들여 6열과 7열을 동시에 만진 소감을 풀어본다. 

나는 텍스트를 다루면서 Home, End, Page Up, Page Down, 그리고 Delete 키를 많이 사용한다. 7열 키보드에선 이게 한군데에 모여있지만 6열에선 Page Up/Down 키가 화살표 키 쪽으로 흩어졌다. 손이 꼬이지 않을까 굉장히 걱정했었는데, 불편한 점이 없다. 페이지의 위치를 Page Up, Down 키로 대략 이동한 뒤, 화살표 키로 세부 이동을 하거나 원하는 곳에 커서를 두는 개념으로 작업하는데, 오히려 내 습관에는 문서 탐색 시 오른손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더 편하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바로 메뉴(Context) 키와 시트 이동 키의 부재이다. 기존에는 윈도에서 메뉴 키 - R을 누르면 바로 파일 속성을 볼 수 있었는데, 6열에선 (Shift+F10) - R을 눌러야 한다. 시트 이동 키 역시 역시 7열에선 엑셀에서 시트 탐색, 웹 브라우저에선 페이지 앞/뒤 이동을 한번에 할 수 있는데, 6열에선 다른 키 조합으로 해결해야 한다. 


키감은 확실히 6열이 취향에 맞다. 키 스트로크는 7열이 조금 깊은 듯 하고, 키압이나 반발력은 6열이 확실히 높다. 덕분에 키를 눌렀을 때 잘 눌렸는지 사용자에게 명확히 피드백 해준다. 아이솔레이션 방식의 6열은 치클릿 7열에 비해 각 자판에 손가락이 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오타도 덜 한 것 같다. 실제로 7열과 6열을 번갈아가며 타자 연습을 해보았는데, 7열은 자음과 모음 전반에 걸쳐 가끔 오타가 나고 6열은 자음 영역에서 가끔 오타가 났다. 오타의 빈도 수는 6열이 덜 했다. 참고 자료로 해외 사이트에서 6열과 7열을 수치로 비교한 글을 남긴다. 


6열과 7열을 막론하고 둘 다 펑션 키에 화면 끄기가 없는 것은 아쉽다. 노트북에서 전력 소모가 가장 큰 부품이 액정인데, 화면 밝기 조절 키만 있다. 액정을 끌 바에 그냥 절전 모드로 들어가란 뜻인가 싶은데, 쓸모 없는 윈도 설정 키 대신 화면 끄기 버튼이나 넣어줬음 한다. 


6열과 7열 논란을 마치고 다시 T460s에 집중한다면, CTO 과정에서 잠깐 언급한 백라이트 키보드를 말하고 싶다. 앞서 제품 구매 과정에서 둘의 차이를 짤막하게 언급했다. 

다시 말하자면 둘의 키감 차이는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가 아니라 소재에 기인한 차이다. U36SD A/S차 용산에 갔다가 레노버 매장에서 논백라이트 T460p를 만졌을 때 든 생각은 ‘기존 55Y9025에서 조금 더 단단해네.' 수준에서 그쳤다. 그러나 백라이트 옵션을 넣은 T460s를 처음 만졌을 때는 “그래 바로 이거야!”를 외쳤다. 바삭한 소리와 키감이 너무 좋은데, 아는 형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크리스피한 키감’을 선사해준다. CTO 옵션 중 돈이 아깝지 않은 선택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본연의 기능인 백라이트 기능인 실사용 2년차인 지금까지도 쓴 적이 없어서 할 말이 없다. 아, 노트북 켜면 초기 구동 시(바이오스 단계) 백라이트에 슬쩍 불이 들어왔다가 부드럽게 꺼진다. 이게 아주 우아하면서, 나 이런 제품 쓴다는 만족감을 준다. 감성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무조건 옵션 추가하라고 하고 싶다.



씽크패드의 울트라나브는 트랙 포인트 + 터치패드 + 스크롤 키 라는 무려 3가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키보드 포함 총 4가지의 입력 장치가 위 사진 하나에 다 들어있다. 터치패드보단 트랙 포인트에 검지를, 스크롤 키에 엄지를 올려 놓고 작업하면 오른손이 마우스를 찾아 떠날 일이 별로 없다. 나는 마우스를 참 좋아하는데, 협소한 카페에선 굳이 마우스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기본 설정 상태에선 트랙 포인트와 터치패드의 세팅이 이상하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주기적으로 불만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대중적인 세팅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레노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랙 포인트의 감도는 해상도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낮다. 본디 트랙 포인트는 오랜 시간 힘을 주어 다룰 경우 검지 손가락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작은 힘으로도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기본 감도를 올려줘야 한다. 윈도 제어판 – 마우스 세팅에서 조절 가능하다.  터치패드는 쓸데없이 민감해서 사용 중간에 커서를 튀게 한다. 역시 윈도 제어판 – 마우스 세팅 – 터치패드 부분에서 팜리젝션 임계 값을 올려주면 된다.


지문 인식 기능은 백라이트 키보드와 더불어 큰 만족감을 주는 옵션 중에 하나이다. 언제 쓰냐 하면 윈도 로그인 할 때 쓴다. 끝이다 -_-. 써드파티 프로그램에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안된다고 한다. 이제는 많은 노트북에서 지문 인식을 지원하니 크게 내세울 장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9000원이라는 저렴한 옵션 가격으로 잠금 해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1.3kg대의 경량 노트북에서 RJ-45 단자가 살아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노트북의 확장 단자 중 가장 큰 높이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동사의 플래그쉽 라인업인 X1에선 RJ-45 단자를 날리고 얇게 만든 대신 어댑터를 제공한다. 802.11ac만 되어도 어지간한 유선 네트워크만큼의 대역폭을 제공하지만, 유선 네트워크만의 우월한 안정성, 그리고 타 장비와의 연결성은 따라갈 수가 없다. 이더넷 어댑터를 챙기면 되지만, 고작 두께 몇 mm 줄이겠다고 사용자가 불편함을 강요받아야 하는 게 슬프다. 



사용하기 전엔 몰랐던 도킹 스테이션의 편리함과 확장성. 트랙 포인트를 제외하고 HP, 델, 레노버 3사의 비즈니스 라인업을 사용하는 이유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도킹일 것이다. 독이 없다면 외출에서 돌아와 책상에 노트북을 내려 놓고, 전원 단자와 DP, HDMI 케이블, 이더넷과 USB 허브 케이블을 꼽고 전원을 켠다. 독이 있다면 돌아와 노트북과 독을 결합하고 전원을 켜면 끝이다. 확장성 또한 배가되는데 울트라독 기준으로 최대 2개의 FHD@60Hz 디지털 모니터와 1개의 FHD@60Hz 아날로그 모니터를 사용 가능하며, 별도의 USB 허브가 필요 없게 포트 수를 늘려준다. 8세대부터는 기존의 메커니컬 독과 USB-C 독에 더불어 썬더볼트3 독도 추가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WWAN 옵션을 넣어야 WiGig 통신 모듈이 장착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WiGig 독은 조용히 사라졌고, 아직 나오는 USB 독은 (USB-C 독과는 다르다.) 영상 전송을 USB 프로토콜로 하기에 성능 손실이 존재하며 별도의 드라이버도 설치해줘야 하고, 결정적으로 독이 노트북에 전원 공급을 못 해주기에 꺼려야 할 액세서리다.구매 예정 레노버 노트북의 호환 액세서리 목록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T460s와 함께 구매한 메커니컬 독을 다음 노트북에서도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젠 USB-C/썬더볼트 단자만 이용해서 독을 만드니 아쉬울 따름이다. 



내부

탑재된 i5-6200u는 15W의 TDP와 25W의 Configurable TDP를 가진다. 즉 큰 열원은 없다. 아이들에선 팬이 멈추거나 조용히 돌고, 로드가 걸리면 바로 RPM이 솟는 걸 들을 수 있다. 아마 쿨러의 냉각 용량이 한정돼 있으니 조금의 로드라도 바로 온도 상승으로 이어져 반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경우 팬이 삼천 후반대의 RPM을 기록하는데, 이 때에도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은 나지 않는다. 다만, 기존에는 풀 로드에도 써멀 쓰로틀링을 겪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써멀 쓰로틀링이 걸린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결함 부분 참조. 


TP13을 꺼린 이유 중 하나였던 하판 접근이 힘든 것은 T460s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사 5개만 풀어주면 금속 재질의 하판을 열고 메인보드에 접근할 수 있으며, SSD와 무선랜, 램이 바로 드러난다. 


씽크패드 라인업은 메인테넌스 가이드를 배포하기에, 이를 보고 쉽게 분해할 수 있다. 어느 정도냐면 파트 넘버만 알면 직접 부품을 구해서 자가 수리가 가능할 정도로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분해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침수 지연(spill-resistant) 키보드. 비록 4세대까지의 water-proof 키보드는 아니지만, 훌륭하게 액체류를 막아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외에도 액정부터 떨궜는데도 힌지가 멀쩡하다거나, 허리춤 높이에서 떨궜는데도 어디 깨진 곳 하나 없는 걸 보면 확실히 씽크패드는 씽크패드이구나 싶다.



46Wh의 배터리 용량은 하루 종일 맘 편하게 사용할 수 없다. 액정 밝기 조절하고 쓰면 실사용 7시간 정도 가능하다. LG 그램이 72Wh까지 뽑는 걸 보면 액정에서 한번 배터리에서 두번 부럽다. 특이하게 배터리가 두 개로 나뉘어 설계 용량 23Wh인 기본 배터리, 설계 용량 26Wh인 보조 배터리로 구성 되어 있다. 보조 배터리를 먼저 소진 후 기본 배터리가 이어서 전력을 제공한다. 6세대와 7세대에서만 이런 구조를 사용하다가 다시 배터리 통짜 구성으로 돌아갔는데, 아마 X시리즈의 배터리와 호환되도록 꼼수를 썼다가 포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배터리의 DoD를 생각하면 배터리 수명은 통짜 구조가 더 낫다.

사용 16개월 차에 각각의 사이클 수는 35회, 104회이다. 이와 같은 배터리 구조 때문에 보조 배터리 수명을 걱정했는데, 설계 용량 대비 완충 용량을 계산해보면 각각 91.3%, 91.37%로 둘 다 고르게 닳고 있다. 사용 2년 차에 들어선 지금 각각의 사이클 수는 39회, 119회이며, 설계 용량 대비 완충 용량은 92.5%, 94.7%로 배터리 캘리브레이션이 필요하다 -_-.



소프트웨어

Lenovo Vantage에선 바이오스와 드라이버 업데이트, 워런티 조회 및 관리, 배터리를 비롯한 하드웨어 정보 조회 및 설정이 가능하다. 

윈도는 별도의 OEM 튜닝이 없는 시그니처 에디션이 설치되어 있어, 30일 체험판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특이하게도 레노버는 바이오스 업데이트 시 부팅 로고 변경이 가능하다. B2B 시장을 염두에 둔 기능이라 생각하는데, 컨슈머에게 막혀있지 않으니 우리로서는 유쾌한 이스터 에그이다. 자세한 내용은 바이오스 업데이트 파일을 다운받은 뒤 ReadMe 파일을 읽어오면 알 수 있는데, 바꾸고 싶은 바이오스 로고를 C:\ 루트 디렉토리에 위치한 뒤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시작하면 진행 도중 "바이오스 로고를 바꿀 것이냐?"고 묻는다. 시뻘건 기본 로고를 슬픈 개구리로 바꾼 해외 유저까지 봤다. 





QC와 결함, 그리고 AS

참 말이 많다. 돈 200짜리 워크스테이션 라인업인데 안테나 선 고정이 제대로 안되어 있다거나, 교품을 두번이나 받았는데도 계속 불량이 발견되는 사례가 레노버 커뮤니티에 계속 올라온다. 나도 사용 중 결함을 발견했고, AS 받은 경험이 있어서 몇 글자 적어본다.


자체 인력 대신 외주 업체를 통해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은 참 아쉽다. 간단한 질의를 하고 싶은데도 관할이 아니라며 전화를 두어번씩 돌려야 하는데, 심지어 센터의 전화 수용 능력이 떨어져 많은 시도 끝에 간신히 연결된다. 강남 센터 기준으로 리셉션 직원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엔지니어는 수리 과정을 잘 소개해주었고 연락도 쉽게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제품 수령 직후 키보드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타이핑을 하면 키 하나가 씹혀서 반발하지 않았는데, 박스에서 막 꺼낸 제품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어이가 없어서 센터에 내방했다. 급한 시기였는데 접수 후 진단을 받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그냥 당일 회수해서 돌아왔다. 국내 대기업의 놀라운 당일 진단 및 수리 서비스에 익숙하다면 아쉬운 부분인데, 삼성과 LG를 제외하곤 나머지 업체들이 대부분 이와 같으니 크게 흠 잡을 수는 없다. 문제의 키보드는 꾹 참고 한 달 동안 두드리니 그럭저럭 동작한다. 키보드 어셈블리의 부품에 뭐가 끼여싼 싶어 분리해 보았는데도 먼지나 부스러기 따위는 찾을 수 없었는데, 뻑뻑하던 부품이 마모되어 해결된 것이라 믿는다.


구매 후 일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우측 USB 포트 하나가 작동하지 않았다. 전류는 흐르지만 데이터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강남 센터에 입고했다. 이튿날 엔지니어에게 전화가 와 "문제 확인되었는데, 메인보드 통으로 교체하셔야 한다. 워런티 기간 내이니 수리 비용은 청구되지 않지만, 현재 수리용 버퍼 재고가 없다. 중국에서 부품을 선적해 와야 하니 3주 정도 걸릴 수 있다." 는 안내를 받았다. 운도 없지 하필 버퍼가 없다니 하면서 기다렸는데 이틀 후 "보드 확보해서 교체 후 정상 작동 확인했습니다." 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운 좋게 발주일과 맞물려서 부품 수급이 빨랐나보다. 입고 - 진단 - 부품 수급 - 수리 - 택배 배송 받기까지 약 열흘 정도 걸렸다. AS는 만족했지만, 이때부터 제품 자체의 신뢰성에 의심이 갔다. 고전력 소모 기기를 바로 연결한 적도 없고, 해당 포트는 타 포트에 비해 사용 횟수도 적었는데.



구매한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엔 쿨링 팬이 문제다. 써멀 쓰로틀링이 걸리길래 뭔가 했더니 팬 RPM이 0인 것. 발생 조건을 찾지 못해 증상 재현이 힘들어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부하가 없어서 팬이 멈춰있다가 로드가 걸려 팬을 구동해야 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추측한다. 지속적인 부하 때문에 팬이 구동하는 상황에선 문제가 없었거니와, 팬 어셈블리를 만져보니 0 RPM에서 시동 시 한 번만 구동 시도 후 안되면 그대로 정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써멀 페이스트나 먼지, 눌림 등으로 인한 팬 간섭 등은 모두 배제했지만, 운영체제나 드라이버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문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현재는 위와 같이 모니터링 위젯을 띄워두고 사용 중이다. 


어느 제품을 사용하든 신뢰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소처럼 동작해야 내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데, USB 포트 고장과 쿨링 팬 고장이라는 일련의 사건을 겪고 나니 요샌 자꾸 HP에 눈이 간다. 



정리

씽크패드는 수십년간 매니아를 양성해오며 비즈니스 노트북으로 이름을 날렸다. MIL 인증과 침수 지연 키보드, 메인테던스 가이드를 직접 배포할 정도로 자신있어 하는 내구성, 도킹 스테이션으로 표방할 수 있는 확장성, 울트라나브를 필두로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설계한 사용성까지. 이런 정체성을 한결같이 시꺼멓고 각져왔던 씽크패드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대상을 접하고 나니 감탄도 있지만 실망도 있다. 완벽한 원인 줄 알았는데, 살짝 찌그러진 원임을 알게 된 느낌? 아직 한 라인업, 한 모델만 만졌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지만, 원을 그린 레노버 컴파스가 문제라면 다른 컴파스로 갈아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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