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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필요와 타산지석

십여년 전에 산 의자는 점점 삐뚤어지더니, 좌판이 왼쪽으로 기울었다.

오래 앉아있으면 골반이 삐뚤어진다.

지금 의자에서 불만이 몇가지 있다.

  • 매장에서 잠깐 앉아보고 편한 걸로 골랐는데, 알고 보니 의자는 등과 허리를 받쳐주는만큼 머리와 팔도 지지해줘야 한다. 사용 중인 의자는 헤드레스트가 없어 오래 앉아있으면 목 주변 근육이 뻐근하다. 팔 무게도 생각보다 무거운데 팔걸이가 책상과 충돌해 팔을 걸치기에 애매한 각도가 나온다. 다음 의자는 팔걸이가 앞뒤로 움직이는 의자로 사야겠다.
  • 지금 의자는 좌판이 길어 오금 바로 뒤까지 받쳐주는데, 이상적인 깊이는 오금에서 3~4cm 뒤에서 끝나는 것이라고 한다. 좌판이 길면 오금과 허벅지에 닿아 다리를 90도로 유지하지 못하고 120도 정도로 발이 앞으로 빠진다. 가격이 허용한다면 좌판 깊이 조절 기능이 있는 의자를 사야겠다.
  • 또한 좌판이 너무 매끄러우면 엉덩이가 앞으로 빠진다. 마찰력이 적당히 있는 패브릭 소재였으면 좋겠다. 메쉬는 통기성은 좋지만 내 기준에선 착좌감이 별로고, 옷감이 갈리는 느낌이라 고려하지 않는다.
  • 요추받침대가 있으면서 높이 조절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지금 의자는 쿠션 하나 넣어주고 요추받침대라고 우기는데, 허리를 받쳐주는 느낌이 없다. 내 몸에 맞게 요추받침대를 조절할 수 있는 의자를 사야겠다.

의자 사용시간의 8할이 컴퓨터 작업이고 2할이 독서와 필기이니, 위 조건에 맞춰 몸을 잘 잡아주는 의자를 찾기 시작했다.

 

조건

아래 링크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prod.danawa.com/list/?cate=15235819&searchOption=searchMaker=13433,36028,82511,47493,6362/searchAttributeValue=257128,342547,342553,257487,257489,257510,257513,257517,257521/innerSearchKeyword=/priceRangeMaxPrice=360000

회사   시디즈, 퍼시스, 파트라, 코아스, 듀오백, 린백
좌판소재   패브릭
헤드레스트   높낮이, 각도 조절
팔걸이   높낮이, 앞뒤 조절
요추받침대   높낮이, 앞뒤 조절
좌판   길이 조절
가격   36만원 이하

필요한게 뭔지 알았으니 실제 매장가서 살펴봤고, 인상적인 제품을 정리해봤다. 

 

파트라 리브라 

장점으로는 좌판이 정말 예술이다. 앉아봤던 의자 중에 가장 미끄럽지 않고, 착좌감도 좋았다. 점원 말로는 메모리폼이라고 한다. 팔걸이 쿠션 또한 탄탄하니 만족스러웠다. 헤드레스트 또한 마찬가지로 탄탄하다. 

단점으로는 기능이 너무 많다. 그림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는 좌판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포워드 틸트 기능이 소중하다고 하는데, 파트라는 많은 기능을 제공하지만 대신 의자가 좀 헐겁다. 앉으면 유격이 좀 느껴져서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면 '분노해 AS센터에 항의했는데 상담원조차 자기가 앉은 리브라도 유격이 있다.'고 하니... 헤드레스트를 목이 아닌 뒤통수에 받치고 사용하는 사람에겐 높이가 부족해 불편할 수도. 

요추받침대가 존재하면서 등판 전체에 프레임이 다시 한번 잡아주는 형태로, 착좌 시 탄탄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퍼시스 의자를 앉아보기 전까진 1순위.

 

시디즈 T550HLDA

엉덩이를 바싹 밀어넣은 채 각 잡고 앉아 사용하기엔 좋은 의자인 것 같다. 요추받침대 대신 딱딱한 등판과 프레임이 상체를 잡아주는 구조인데 지지력이 썩 괜찮았다. 

그런데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내 몸에 맞지 않았다. 요추받침대가 없어 상체를 110도 정도로 등판에 기대야 안정적인 느낌인데, 이렇게 기울이면 자칫 엉덩이가 앞으로 빠짐 -> 상체를 지지하려 날갯죽지를 등판에 파묻음 -> 반복. 
또한 각 잡고 사용하려면 몸에 긴장을 유지해야 해 장시간 사용은 힘들어보였다. 

 

퍼시스 CHNA4300WAH (시디즈 T500HLDA 화이트쉘)

퍼시스 쇼룸에 방문해서 한시간동안 돌며 앉아봤던 의자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의자다. 

요추받침대 쿠션을 이해하기 위해 CHN6100W 사진 인용 

요추받침대 쿠션이 있어 허리를 밀착했을 때도 불편하지 않았다. 착좌감도 리브라 다음으로 좋았으며, 엉덩이를 밀어넣어 앉은 상태에서, 앞으로 조금 빠졌을 때도 몸이 편했다. 

근데 팔걸이 높이 조절 버튼을 왜 팔걸이 안쪽에 박은건지, 한번 조절하면 그대로 쓰란건지 조절할 때마다 빡쳤다.

룰루랄라 집에 와서 검색을 하고 있는데, 쌍둥이 모델이 악명 높은 시디즈 T50.. 등판 고정 유격 있고, 스프링에서 끼익끼익 소리나는 라인업이다.. 설상 가상으로 퍼시스 모델로 구입하면 40만원에 육박해, 30만원 초반의 시디즈 모델을 사야 할 것 같다.. 불량만 안 걸린다면 예산 꽉꽉채워서 지출할 의향이 있는데..

 

당산에 있는 코아스 쇼룸도 방문해보려 했는데, 리모델링 중이라 방문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코아스 제품들은 최소 높이가 높다는 평이 있어 후보에선 제외해야겠다. 

 


 

결국 퍼시스 CHNA4300WAH 모델을 구매했다. 의자가 내 몸에 맞는지, 좌판이 적당한 마찰력을 줘서 몸이 미끄러지지 않는지 등은 실제로 앉아봐야 알 수 있는 요소이니 체험하지 못한 의자는 구매하기 꺼려졌으며, 체험해본 후보 중에서 가장 편안하면서 탄탄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최저가 검색해서 구매했다. 퍼시스 모델은 네이버 카페 등에서 현금가로 제시하는 금액보다 이게 더 싸더라... 주문 후 영업길 기준 3일만에 도착했으며, 배송 시작 전엔 납품 예정일을 알려주고 배송 전일엔 방문 시간도 알려줘서 감동이었다. 퍼시스는 기본이 조립 후 출고라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시디즈에서 동일한 의자를 찾아볼 수 있다

카탈로그 보며 공부한 결과 시디즈 TNB500HLDA 모델(약 25만원) + 알루미늄 다릿발 = 시디즈 TNB500HLDAP(약 35만원) = 퍼시스 CHNA4300WAH(약 31만원) 이다. 

기존 의자의 스틸 다릿발에 만족해왔고, 이번 의자는 평생 가져갈 심산으로 알루미늄 다릿발을 고집했다. 다릿발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면 시디즈 TNB500HLDA를 사는게 합리적일 듯 하다. 

 

837C 옵션으로 구매했다

이쯤되면 강박이지 않나 싶은데, 쇼룸에선 837C 코드의 모델이 전시 중이었다. 83X 코드 계열의 짜임 패턴이 아닌 다른옵션은 좌판 패브릭이 어떤 마찰력을 줄지 가늠이 안되어 해당 계열로 구매했다. 실제로 시디즈 앉아본 쌍둥이 모델 T50은 생각했던 마찰력을 주지 못했다. 

 

일주일 동안 사용하며 느낀 추가로 느낀 장점은

  • 메쉬 등판이 아주 탄탄하다. '직물이 아니라 철망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등판을 잘 받쳐주는데, 그렇다고 딱딱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 의자 바퀴가 잘 굴러가고 잘 고정된다. 앉은 채로 이동할 때 힘들이지 않고 조용히 움직일 수 있으며, 그렇다고 발 꼼지락대다가 의자가 밀리지는 않는다. 싯브레이커를 구매할까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좌판은 마찰력과 더불어 쿠션감이 뛰어난다. 쇼룸에선 조용히 앉아서 몰랐는데, 집에서 사용해보니 의자에 앉을 땐 폴싹! 하고 찍어앉는다. 이렇게 앉으면 허리가 아프던 이전 의자와는 달리 허리에 하나도 부담이 없다. 

 

  • 팔걸이를 최대 높이로 뽑았을 때 미묘하게 아쉽다. 쇼룸 책상과 조합해 앉았을 때는 몰랐는데, 집 책상에서 사용하니 최대한 올려도 팔걸이 높이가 딱 손가락 한마디 정도 부족하다. 엉덩이를 최대한 밀착하지 않고 손가락 한마디 정도 빼 앉으면 팔이 자연스레 떨어지길래 어깨와 허리에 번갈아가며 부담을 주고 있다.
  • 스프링에서 텅텅 소리가 난다. 시디즈 악명에 대해 찾다가 분해 후 자가 수리하는 글을 보았는데, 내부 구조를 보니 틸팅 장력 조절용 스프링이 있다. 의자에 앉아서 몸을 움직이면 텅~ 하고 튕기는 소리가 계속 났는데 아마 이 스프링 쪽에서 나는 공명일 것 같다. 뭔 병신같은 구조인가 싶은데, 1년 무상 AS이니 8개월 즈음 사용해보고 AS 신청해야겠다.. 
  • QA가 이뤄지고 있는건가..? 

뭔가 우둘투둘한게 느껴져서 들여다보니 이렇게 흠집이 있다
사용엔 문제가 없지만, 팔걸이 연결 부분이 아귀가 티 날 정도로 안 맞는다

 

B2B 위주인 퍼시스 특성상 고객 후기를 많이 찾아볼 수 없었고 쌍둥이 모델인 시디즈 모델로 검색하니 욕만 나와서 구매 직전까지 꽤 망설였는데, 전반적인 사용 소감은 꽤 만족이다. 이전 의자에 비해 앉는 자세가 교정되었으며, 이 바른 자세로 오랜 시간 작업해도 피로가 크지 앉다. 다만 중심봉 유격이나 등받이 유격같은 고질병에 당첨되질 않길 바래야 하는 병신같은 제품 구조는 언제쯤 고쳐질지 다시 생각해도 빡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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